‘AFKN 라디오 들어본 사람’이라는 문장 안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실제 생활 영어를 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게 AFKN + 라디오의 조합이라면 이것 참 옛날 냄새가 킁킁.
심지어 휴대용 기기가 아니고 집에 있는 오디오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서 들은 거였다. 휴대용 라디오가 있긴 했던가? 있긴 했겠지만 중학생에게 휴대용 라디오라니 택도 없는 일이다. 아, AFKN은 참고로 주한미군 방송이랍니다, 요즘 사람님. 아, 요새는 AFN 코리아라고 부른답니다, 옛날 사람님.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TED도, 틱톡도 없던 시절이다. 미국 드라마라고는 TV에서 한국어 더빙판으로 나오는 ‘아빠 뭐하세요 (Home Improvement)’ 같은 거? 일상을 다루거나 경쟁 프로그램으로 살아 있는 영어를 들을 수 있는 리얼리티쇼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런 환경에서 영어 듣기를 위해 AFKN을 들었다. 라디오 DJ의 말은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라디오라서 그런지 웅웅거리는 소리까지 깔려있다. 바람에 흩날리며 마구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려고 하다가 한 송이 잡을까 말까 한 것처럼 그냥 수없이 흘러가는 말속에서 단어 한 두 개 정도를 잡아낼 뿐이었다.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니 한국인 여중생에게 와닿는 내용도 아니었겠지만, 어차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 또한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중학 영단어 책 오디오를 더 들었으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 추억 돋는 (딱히 쓸모가 많지는 않았던) AFKN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