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사전 읽기, 콜린스 코빌드 정독 영어 공부의 유행을 따른 결과

콜린스 코빌드 영영사전 읽기가 열풍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영어에 열정이 넘치는 학생으로서 유행을 따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사전의 색감은 강렬했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대비가 눈에 띄는 디자인이었다. 백과사전보다도 더 묵직한 두께를 자랑하며 그냥 들고만 있어도 아주 있어 보이게 해 줄 것 같은 책을 사고 싶은 욕구에 더해, 영어 공부 유행을 따르고 싶은 학창 시절 군중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몇 개월 간 이 영영사전을 읽어본 결과는?

30년 넘게 100가지도 넘는 영어 공부 방법을 시도해 본 경험을 돌이켜 보았을 때, 이 영영사전 읽기 만큼 비효율적이고 재미없는 방법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되는 영어 공부 방법이 있었고 도움이 적게 되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건 시간 자체가 아까웠던 방법이다. 한 마디로 기회비용이 너무 큰 방법.

사전의 구성 및 설명 문장은 좋았고, 사전 자체는 좋은 사전이었다. 영어 수준이 중급 이상 되는 사람이 영어 원서를 보면서 모르든 단어가 나올 때 옆에 두고 참고하기에 좋은 사전이었다.

그러나 이 사전은 기초 영어 회화도 버벅거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어가 지나치게 많았고, 지나치게 어려웠다. 자주 쓰지 않을 단어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는 건 상당히 비효율이고, 영영사전이기 때문에 의미 전달력도 더 떨어졌다.

이 영영사전을 읽을 시간에 한국어 뜻과 예문이 함께 들어 있는 영단어책을 더 봤어야 했다.

이 영영사전을 읽을 시간에 영어 회화 문장책을 더 봤어야 했다.

이 영영사전을 읽을 시간에 영어 원서를 더 봤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