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일기 쓰기는 영어 공부 비법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영어 일기를 썼던 시간들 동안 영어 실력도 늘었다. 다만 이 방법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어로 일기 쓰기가 아주 매우 정말 엄청나게 귀찮고 하기 싫다는 것이다.
일기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하면 어린 시절 학교 가기 전날 일기를 써야 했을 때 느꼈던 압박감이 떠오른다. 특히 방학 때 실컷 놀다가 한 달 분량의 일기를 다 쓰려고 할 때는 그럴듯하게 현실 같은 소설을 써야 한다는 작가의 고뇌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항상 날씨. 사실 매일의 활동의 기록을 남긴다는 건 상당한 부지런함을 요하는 일이고, 대체적으로 부지런함을 요하는 일은 나를 별로 안 좋아한다.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렇지만 영어 일기 쓰기는 정말 좋은 훈련이다.
일상에서 있었던 일을 영어 문장으로 구조화해내면 자연스럽게 회화와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단어나 문장력이 부족해도 간단하게 있었던 일을 전달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전을 옆에 두고 천천히 영어 일기를 쓰는 과정은 외국인 앞에서 영어로 버벅거리며 말을 하려고 하는 시도보다 더 여유 있는 학습이라는 장점도 있다.
일상의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일기에 써 놓은 문장이 나중에 실제 대화 중에 튀어나와서 사용될 수도 있고, 일기에 썼던 일부 단어나 표현만 따로 빼서 사용할 수도 있다. 영어 일기를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느낌으로 누군가에게 수다를 떨듯이 쓰고 그걸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하면 그게 바로 최상의 영어 회화 연습이다.
영어 일기 쓰기의 장점을 이렇게 알고 있으니 일기를 좀 써보면 좋으련만, 귀찮다. 이 점에 심히 안타까움을 느끼는 바다.
적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걸 알지만 치킨을 먹고, 채소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걸 알지만 치킨을 먹는다. 좋은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