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즐겨 봤던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영어’ 책을 검색해 보았다. 아직도 팔리고 있다. 아직도 이걸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 이 책을 보던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책이라는 게 출판되었다가 몇 달 안에 사라지는 경우도 많은데 아직도 판매가 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영어 교재인 건데.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방식의 딱딱한 영어 공부가 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꼼수를 찾아 헤맸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시리즈는 나에게 아주 유용하면서도 흥미로운 꼼수였다. 단순하게 영어 단어와 뜻을 알려주는 교재가 아니라 영어 어원 및 문화 관련 얘기가 그림과 함께 나와 있는, 백과사전 같기도, 또 만화책 같기도 한 책이어서 딱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 없이 술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이전 시절부터 싹을 틔운 영어에 대한 열망의 씨앗은 기본적으로 다른 문화권, 다른 세계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었는데 이 책이 나의 호기심을 충만하게 충족해 주었던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판되는 책을 시리즈별로 사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용돈을 털었다.
영어 말하기 입이 트이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후반 회화책으로 공부를 하면서였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책처럼 꼼수를 부리며 가볍게 접해둔 책들이 영어 실력의 기본 밑바탕이 되어 주었던 게 아닌가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추억 놀음.
202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