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쪘다. 6월 햇감자 철부터 박스째 사 먹고 있는 수미감자를 쪘다. 종잇장보다도 얇던 껍질은 7월이 되고, 8월이 되고, 9월이 되며 점점 코끼리 피부처럼 갈라지고 두꺼워진다.
햇감자 철부터 감자를 껍질째 먹어 왔다. 코끼리 피부 같은 모양새로 점점 거칠고 두꺼워지긴 하지만, 그 껍질의 두께가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귀찮음의 두께보다는 살짝 얇은 탓인지 아직까지는 껍질이 고이 붙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 감자를 껍질째 입속으로 밀어 넣는데… 음? 매운맛이 난다. 매운맛? 감자가 왜 맵지? 알싸한 맛인가? 화끈한 맛? 따가운 것 같기도 하고?
40년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며 처음 접해보는 이 감각을 조심스레 탐구하는데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다. 아, 이게 아린 맛이구나. 고사리 손질 방법에서, 토란대 손질 방법에서 많이 마주쳤던 그 단어, 아린 맛.
찾아보니 햇빛을 본 감자가 싹이 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솔라닌 때문이라고 한다. 햇감자가 나온 직후에 먹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맛, 소금과 후추와 오일에 버무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웠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맛이다. 같이 먹고 있는데도 남편은 느끼지 못하는 맛이다. 나의 혓바닥을 자극하는 독성 물질이 남편의 몸에는 위협적이지 않을 수도, 아니면 그냥 남편의 혓바닥이 무딘 것일 수도 있겠다. (남편의 현재까지의 식재료 감각 능력을 평가해 보았을 때 후자의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대부분의 감각이 그러하듯, 아린 맛의 감각은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진정으로 알 수 없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혓바닥의 미각 세포에 닿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느끼지 못하게 될 ‘생애 최초’ 아린 감각의 경험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