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참 먹고살기 바쁘다.
밤에 극세사 이불이 생각날 때쯤 나오는 무 깍둑깍둑 잘라서 그냥 집어도 먹고 빨긋하게 깍두기도 담가 먹고 국물이 톡 쏘는 물김치도 담가 먹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소금 솔솔 뿌려 구우면 가시 숲 사이 헤치고 다니면서 이놈의 가시 때문에 며느리 집 나가겠다 하면서도 잔가시 옆 마지막 남은 살 부스러기까지 찾아내 냠냠거리며 그래도 맛은 좋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황금처럼 값비싼 노란 사과 사서 대충 씻는 둥 마는 둥 서둘러서 아그작 아그작 베어 물면 어우 이게 사과야 배야 뭐야.
탱글탱글 살찐 통영 굴 사서 초장 찍어 먹고 갓 버무린 김장 김치 겉절이에 올려 먹고 계란 풀어 굴전 해먹고 몇 알 남은 거 굴짬뽕 끓여 먹으면 술도 안 먹었는데 땅끝까지 속풀이 후아.
흙무더기 속 팔뚝만 한 고구마 달고나 단내 나도록 구워서 먹다 목메면 열무김치 국물 한 사발 후루룩 목이 추우면 다시 고구마 넣어 목 데우고 또 목메면 국물 한 사발 무한 반복.
그냥 방어 말고 대빵만 한 대방어 한 접시 올려놓고 쇠 맛 나는 빨간 살 피해 지방질 허옇게 껴있는 두툼한 뱃살만 골라 김에 야무지게 싸 먹으면 같이 먹는 사람들 앙칼진 비난이 콸콸 내 입안에서는 고소한 기름이 좔좔.
아유 사람이 참 먹고살기 바쁘다.
이렇게 먹고살기 바빠서야 쓰나.
20231021